손발이 자주 저리면 먼저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건 아닐까?”, “목이나 허리 디스크 때문은 아닐까?”부터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말초 혈액순환이 떨어진 경우, 또는 디스크가 밀려나와 목이나 허리에서 팔,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뿌리를 누르면 팔다리에 통증과 저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발 저림이 항상 혈류 문제나 신경뿌리 문제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팔꿈치나 손목에서 말초신경이 눌리는 경우도 있고, 말초신경 자체가 발끝이나 손끝에서부터 서서히 손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말초신경이 실제로 신호를 얼마나 잘 전달하고 있는지, 신경의 어느 위치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이 때 시행하는 검사가 바로 신경전도검사입니다.
오늘은 신경전도검사가 어떤 검사인지, 손발 저림의 어떤 원인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을 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신경전도검사는 어떤 검사일까요?

신경전도검사는 팔다리를 비롯해 전신에 그물처럼 뻗어 있는 말초신경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우리 몸의 신경 신호는 뇌와 척수에서 시작해 신경뿌리와 말초신경을 거쳐 손끝, 발끝까지 전달됩니다. 말초신경은 크게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신경과 감각을 느끼게 하는 감각신경으로 나뉘는데요.
이 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거나, 찌릿하고 화끈거리는 통증이 생기거나,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경전도검사는 말초신경의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입니다. 우리 몸의 신경에는 약한 전기 신호가 흐르고, 주요 신경은 마치 고속도로처럼 비교적 일정한 경로를 따라 지나갑니다.
검사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합니다.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와 근육 위 피부에 전극을 붙이고, 한 지점에 약한 전기 자극을 줍니다. 이후 그 신호가 다른 지점까지 얼마나 빨리 전달되는지, 반응의 크기가 충분한지를 측정합니다. 이 수치를 정상 범위와 비교하고, 필요한 경우 증상이 없는 반대쪽 팔이나 다리와 비교하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검사로 확인하는 손발 저림의 신경 원인

신경전도검사는 말초신경의 기능을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신경 신호가 느려진 구간이 있는지, 반응 크기가 줄어든 신경이 있는지, 손상 양상이 국소 압박성인지 또는 전신적인 말초신경병증에 가까운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손발 저림을 일으키는 신경 문제는 크게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손목터널증후군처럼 특정 부위에서 신경이 눌리는 신경포착증이 있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부위에서 정중신경이 눌리면서 엄지, 검지, 중지 쪽 저림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밤에 증상이 심해지거나 손을 털면 조금 나아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새끼손가락과 네 번째 손가락 쪽이 저리고 손의 힘이 약해진다면 팔꿈치 부위에서 척골신경이 눌리는 팔꿈치터널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신경전도검사를 통해 신경이 눌리는 위치와 손상 정도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양쪽 발끝부터 저림이 시작해 점차 위로 올라오는 양상이라면 말초신경병증 가능성도 고려합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처럼 전신 질환과 관련되어 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목이나 허리에서 신경뿌리가 눌리는 신경뿌리병증도 손발 저림이나 통증, 힘 빠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신경전도검사만으로는 정상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신경뿌리병증이 의심될 때는 증상과 진찰 소견을 함께 보고, 필요에 따라 근전도검사나 영상검사를 함께 고려합니다.
이런 손발 저림은 원인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손발 저림이 곧바로 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신경이 눌려서 저린 경우에는 금방 좋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원인을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같은 부위의 저림이 며칠 이상 반복될 때
- 저림이 점점 더 자주 느껴지거나 범위가 넓어질 때
- 손에 힘이 빠지거나 물건을 자주 떨어뜨릴 때
- 발끝 감각이 둔해지거나 걷는 느낌이 어색할 때
- 감각 저하와 함께 통증, 화끈거림, 시림이 지속될 때
- 한쪽 팔이나 다리의 힘 빠짐이 함께 나타날 때
이런 신호가 반복된다면 막연히 지켜보기보다, 원인을 확인한 뒤 그에 맞는 치료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전도검사와는 무엇이 다를까요?

신경전도검사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검사로 근전도검사가 있습니다. 이름이 비슷해 같은 검사로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지만, 두 검사는 검사 방법이나 목적이 조금 다릅니다.
신경전도검사는 피부에 붙인 전극으로 약한 전기 자극을 주고, 신경이 그 자극을 얼마나 빠르고 크게 전달하는지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즉, 말초신경의 전도 기능을 보는 검사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반면 근전도검사는 가느다란 바늘처럼 생긴 전극을 근육 안에 직접 넣어, 근육이 이완된 상태와 힘을 주고 수축할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검사입니다. 전기 자극을 주는 검사가 아니라, 근육과 그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에서 나타나는 전기적 변화를 살펴보는 방식입니다.
두 검사는 확인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증상에 따라 함께 시행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신경뿌리병증, 운동신경질환, 근육질환, 오래된 신경 손상 여부를 평가할 때는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를 함께 보는 것이 진단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다면

신경전도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면 일단 큰 말초신경의 기능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모든 신경 문제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목이나 허리의 디스크처럼 신경뿌리가 눌리는 경우, 손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는 신경전도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증상의 위치, 통증의 양상, 근력 저하 여부, 신경학적 진찰 소견, 근전도검사 결과 등을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경우가 소섬유신경병증입니다. 일반적인 신경전도검사는 비교적 굵은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의 기능을 평가하는 검사입니다. 반면 소섬유신경병증은 통증, 온도감각, 자율신경 기능과 관련된 아주 가느다란 신경섬유가 주로 침범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신경전도검사나 근전도검사에서 정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화끈거림, 시림, 전기가 오는 듯한 통증, 피부가 예민한 느낌이 주로 나타나거나, 땀 분비 이상, 기립 시 어지럼, 두근거림 같은 자율신경 증상이 함께 있다면 소섬유신경 또는 자율신경 기능 이상 가능성을 함께 고려합니다.
이럴 때는 증상에 따라 자율신경검사를 추가로 시행하기도 합니다. 자율신경 기능을 살펴보는 검사에는 기립경사테이블검사, 심호흡심박동검사, 심박변이도검사, 발살바검사, 교감신경 피부반응검사 등이 있습니다.
또한 손발 저림이나 감각 이상은 신경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몸 전체 상태의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당뇨병이 있어 혈당이 오래 높게 유지되면 말초신경이 서서히 손상될 수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이상, 전해질 불균형, 비타민 B12·엽산·티아민 같은 영양소 부족도 신경 증상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혈액검사를 함께 진행해 혈당, 갑상선 기능, 전해질, 비타민 상태 등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확인되면 그 부분을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한결 나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신경전도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는 것이 곧 “아무 이상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증상 양상에 따라 필요한 검사를 단계적으로 이어가며 원인을 좁혀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손발 저림이나 감각 이상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흔한 증상입니다. 하지만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단순 피로나 혈액순환 문제로만 넘기기보다는, 신경에서 보내는 신호는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신경전도검사는 손발 저림의 원인이 말초신경에 있는지, 특정 부위에서 신경이 눌리고 있는지, 또는 말초신경병증의 양상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검사입니다.
다만 모든 신경 문제가 이 검사 하나로 확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증상의 양상과 진찰 소견을 함께 보고 필요하다면 근전도검사, 자율신경검사, 혈액검사, 영상검사 등을 단계적으로 고려하게 됩니다.
막연한 불안으로 증상을 지켜보기만 하기보다,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 방향을 찾아가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발 저림으로 신경전도검사가 필요한지 궁금하시다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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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하님 원장
강남스마트신경과의원 / 신경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