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Case Study

진료 사례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로 생각했던 증상도 반복된다면 신경과적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로 생각했던 증상도 반복된다면
신경과적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지럼증 약 보나링 처방 후 호전이 안되어 이석증 검사 사례

50대 여성분께서 대략 1년 정도 전부터 매일 붕 뜬 것처럼 어질어질하고,
머리가 항상 맑지 않아 내원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 탓으로 생각하고 하고 지켜보았으나
조금씩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그 사이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MRI, MRA,
이비인후과에서 이석증 검사,
내과에서 심전도, 혈액검사도 다 해 봤지만
모두 정상이어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들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지럼 억제제 (보나링)을 처방받아 몇 달 째 드시고 있지만
별로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고 하셨습니다.

어지럽기 시작할 때 특별히 무슨 일이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업무 스트레스야 남들이랑 비슷한 수준 같고,
배우자분과 성격이 잘 맞지 않아 갈등이 있기도 하지만
되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떨 때 나빠지는지 여쭤보니
피곤하고 잠을 못 잔 다음날,
앉았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걸어다니는 도중 (계단 등),
머리나 시선을 돌리거나,
핸드폰 화면을 빠르게 넘길 때 좀 심해진다 하셨습니다.

말씀을 들어 보니 생각나는 질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질환은 어지러울 만한 더 확실한 이유가 없는게 맞는지 확인을 해야 해서
이전 하셨던 검사 중에 ‘비디오안진검사 (흔히 이석증 검사)’와
자율신경계 기능 평가를 위한 자율신경검사도 같이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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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안진검사 소견>

<정상 비디오 두부충동 소견>

본원에서 시행한 안진검사, 두부충동검사에서는 특별히 이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상 기립경사 테이블 검사 소견>

자율신경검사에서도 기립성 저혈압이나 기립성 빈맥증후군 같은 소견은 없었고,
심박변이도 검사에서 스트레스 지수, 피로도가 높기는 했으나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어지럼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저는 ‘지속적 체위지각성 어지럼’ 으로 진단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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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체위지각성 어지럼’ 이라고 들어본 적 있으세요?
아마 생소하실 텐데요,
영문으로 줄여서 PPPD 또는 3PD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질환은 예전에는 원인을 찾지 못해서
‘스트레스성이다’ 라고 결론짓곤 했는데요,
최근에 관심을 받으면서 2017년 전문가 집단에서
정식으로 진단명과 진단 기준을 확립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만성적으로 어지럽다고 해서
무조건 다 PPPD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바라니 학회’라는 전문가 협회에서 정한 기준을 만족해야 합니다.

번역된 한글 전문은 아래에 이미지로 첨부했습니다.

전문 용어가 많아서 이해가 좀 어려우실 수도 있는데요,
핵심적인 사항을 풀어서 정리해 볼게요.

1. 어지럼 (단, 회전성 어지럼 제외) 이 적어도 3개월 이상 오래
2. 가만히 앉거나 누워 있을 때보다 서 있는 자세 또는 움직일 때 악화됨
3. 복잡한 곳 (사람이 많은 지하철이나 물건이 많은 대형마트 등) 에서 악화됨
4.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 실신, 공황발작 같이 심한 어지럼 사건이 선행함

반대로 말하자면,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PPPD에 잘 맞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1. 주변이 빙빙 돌아가는 양상의 회전성 어지럼
2. 가만히 눕거나 앉아 있는 상태에서 더 악화됨
3. 사람이 많고 복잡한 곳에서도 악화되지 않음

PPPD의 진단은 따라서 많은 부분
어지러움의 양상, 악화 요인, 유발 요인을 찾고
어지럼을 유발한 만한 다른 질환이 있는지 검사를 통해서 배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모든 검사가 정상인데’ 이렇게 오래 어지러운지, 아직도 그 이유를 정확하게는 잘 모르는 상황입니다.
다만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평형 신경계, 시각계, 그리고 뇌의 고위 피질 기능전정신경이 작은 자극에도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모든 정보를 골고루 활용하는 게 아니라 특정 정보에 과하게 의지하는 것이 만성 어지럼을 일으킨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신경계가 예민하고 잘못된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유는 그 전에 발생한 어지럼 사건 (또는 실신, 심한 스트레스)이 일종의 ‘트라우마’ 처럼 신경계에 각인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 보면, 이 케이스처럼 별로 특별한 사건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사건이 있기는 했는데 너무 오래되어 기억을 못 해서 그럴 수도 있고,
또는 나도 모르게 서서히 쌓인 스트레스가 점진적으로 유발인자로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치료의 첫 걸음은 우선 이런 증상이 나 혼자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다는 것,
큰 병이 숨어 있는 게 아니라 신경계가 잠시 과부하를 겪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고,
어지럽다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몸을 움직여서 신경을 긍정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물 치료로는 PPPD의 기저에 불안과 과민성이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항우울제의 일종인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추천하고 있으며,
전정 신경의 기능을 도와주는 약이나 어지럼이 심할 때 증상을 잠시 억제해 주는 약을 같이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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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보이실 수도 있는데요,
꼼꼼하게 증상을 체크하고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아닌지 확인하고
심리적인 부분 점검, 적절한 운동, 약물 치료를 병행하다 보면
어느 새 한결 좋아졌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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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의 경우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의 일종인 에스시탈로프람 소량 (2.5mg)과 전정신경을 도와주는 약을 같이 처방하고
보나링은 되도록 적게 드시도록 한 뒤 한달 뒤에 뵈었는데요,
한결 좋아졌다고 하시어 저도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좋아졌다고 해서 바로 약물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기간 동안 유지를 하는 것이
재발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에스시탈로프람만 5mg으로 조금 더 늘리고 다음 달에 다시 뵌 후, 계속 잘 지내신다면 점차 줄여서 중단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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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 봐도 속 시원하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어지러움, 참 답답한데요,
지속적 체위지각성 어지럼‘ 이라는 질환이 있다는 것 한 번 떠올려 주시고요,
나와 맞는 부분이 있다 생각하시면 내원해서 자세히 상담 받아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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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1. Diagnostic criteria for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PPPD): Consensus document of the committee for the Classification of Vestibular Disorders of the B´ar´any Society
  2. 지속적체위지각어지럼: 개요와 진단 기준, Research in Vestibular Science Vol. 19, No. 2, June 2020
  3. Seemungal BMPassamonti L,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a useful new syndrome, 
  4. Cerebral perfusion abnormalities in patients with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PPPD): a SPECT study, Journal of Neural Transmission (2019) 126:123–129
  5. Effect of conservative therapy for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Front. Psychiatry, 30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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