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분께서 오늘 출근 중에 쓰러지게 되어
깜짝 놀라 본원에 내원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야근도 많고 잠도 못 잤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어질어질하면서
평소보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평소처럼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중이었고,
사람이 많아 30분 정도 서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하고
귀도 먹먹해지고,
어지럽더니,
멀미하는 것처럼 속이 메스꺼웠습니다.
바로 내리려고 했으나
지하철이 지난 역을 막 출발한 상태여서
다음 역에 내릴 생각으로 일단 서 있었고,
문이 열려서 다음 역에 내린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이후 눈을 떠 보니 바닥에 누운 상태였고
옆에서 어떤 분이 괜찮냐고 물어보고 계셨다고 합니다.
다행히 바로 정신은 돌아와서
우선 역 안 벤치에 앉아 있다가
회사에 출근은 했으나
업무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큰 문제가 아닐지 걱정이 되어 내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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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하는 것이 실신과 경련입니다.
실신은 뇌로 가는 혈류가 잠시 차단되어 생기는데
크게 심장 문제 (부정맥, 협심증 등)와
자율신경 문제 (미주신경실신, 기립성저혈압)로 나뉩니다.
경련은 뇌세포가 과다한 활성으로 인해서
잠시 제 기능을 못하여 의식을 잃는 경우입니다.
각각 특징적인 증상이 좀 다른데요,
이 환자분은 자율신경의 오작동으로 인한
미주신경성실신이 가장 강력하게 의심됩니다.
그 이유는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 분에서,
오래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하던 중에
전형적인 전조 증상을 동반한 의식소실이 생겼고
또 쓰러지고 나서 금방 의식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율신경계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자율신경검사를 진행했으며,
빈혈이나 염증 등 실신을 일으킬 만한
전신 상태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
혈액검사를 같이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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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경사테이블 검사를 시행하던 중
선 자세를 취한 뒤 8분 정도 되는 시점에서
혈압과 맥박이 떨어지면서
어지럼, 식은땀, 울렁거림을 호소했습니다.
다시 누운 자세를 취한 후 호전되어서
미주신경성 실신에 잘 맞는 소견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 뒤 혈액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빈혈이 살짝 있었고 염증 수치도 조금 올라 있어서
최근 컨디션이 안 좋았음을 추측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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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신경성 실신은 자율신경계가
잠시 오작동을 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자율신경계는 혈압, 맥박, 소화, 체온 유지 중
신체의 생명활동을 위해서 필수적인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계입니다.
긴장할 때 작용하는 교감신경과
편히 쉴 때 작용하는 부교감신경으로 나누어지며
원래는 두 신경이 서로 반대되는 작용을 하면서
적절히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래 서 있는 자세, 통증, 강한 스트레스 등의
요인들로 인해서 교감신경이 흥분할 때,
부교감신경이 교감신경을 과다하게 억제하게 되면
혈압과 맥박이 떨어지면서 뇌혈류가 차단되어
실신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는 의식을 잃기 전에
보통 아래와 같은 전조 증상이 선행합니다.
– 눈앞이 캄캄하거나 하얘짐
– 어지러움
– 귀가 먹먹해짐
– 울렁거림
– 배가 아픔
– 몸이 차거나 더워짐
그러나
전조 증상 없이 바로 의식을 잃거나,
두근거림이나 가슴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
몸이 뻣뻣해지거나 경련을 하는 경우,
의식을 회복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
미주신경성 실신 외 다른 질환을 의심하고
심장검사, 뇌파검사, 뇌영상(CT, MRI)검사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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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신경성 실신이 의심될 때는
자율신경계 검사를 해 보게 되는데요,
위 경우처럼 미주신경성 실신이 확인될 때도 있고,
이미 신경이 원래대로 회복한 상태라면
정상이거나 경도의 이상 소견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율신경의 오작동을 초래할 만한 요인들
즉, 빈혈, 탈수, 수면부족, 스트레스 등을
같이 확인하여 교정하는 것이
재발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며,
위에 설명드린 전조증상을 잘 알고 있다가
바로 눕거나 앉아서 머리 위치를 낮추거나
도저히 앉을 수 없는 상태일 때에는
다리를 꼬아 종아리 근육을 압박하면
쓰러져 다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평소 수분섭취, 식사를 잘 챙기고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도 도움이 됩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자주 증상이 생기면
혈압을 유지하기 위한 약물을 사용해 볼 수 있지만
부작용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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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은 당일 본원에서 수액치료를 받고
귀가하셨고,
혈액검사 확인을 위해서 며칠 후 다시 내원했을 때
그 사이에는 잘 지내셨다고 합니다.
차후에 또 발생할 수도 있으니
전조증상을 꼭 알고 대처하시도록
재차 당부해 드렸습니다.
갑자기 쓰러지면 누구라도 당황할 수 밖에 없는데요,
원인 파악과 적절한 검사, 대처를 위해서
고민 말고 병원에 내원해 주세요.
